한은 “일본 닮은 한국 경제”…구조개혁·혁신만이 살 길

한국은행이 한국 경제가 일본을 닮아가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과감한 구조 개혁과 혁신이 절실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버블 붕괴 전후의 일본 상황과 한국이 직면한 현실을 비교하며 민간부채, 저출산·고령화, 산업구조, 재정·통화정책 등을 조목조목 짚고 해법을 제시했다. 버블 붕괴 시기 일본 정부도 직면한 문제들을 인식했지만, 해결하는데는 실패했다.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

버블 붕괴 시기의 일본과 놀랍도록 닮은 한국의 현실

한은은 5일 ‘일본 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여러 분야에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며 과감한 구조개혁과 혁신을 주장했다. 보고서는, 버블 붕괴 전후의 일본 상황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버블 붕괴 전후의 일본은 결과적으로 장기간의 저성장·저물가를 낳은 부채·인구·기술 세 측면에서의 구조변화에 직면해 있었다. 즉 ①자산시장발 부채누증 ②저출산·고령화 ③글로벌 수평분업화라는 파고가 중첩된 상황이었다. 물론 일본 사회는 이러한 구조변화가 가져올 위기를 인식하고 있었으나, 이에 대응한 구조개혁 노력은 과거의 성공 경험에 대한 기억, 이해조정 곤란 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그 결과 ④정부재정 여력이 소진되었으며 ⑤통화정책 효과 역시 제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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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한국의 상황도 버블 붕괴 전후 일본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아래와 같이 지적한다.

“오늘날 우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또한 부동산발 가계부채가 누증되어 왔으며,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오히려 일본 보다 빠른데다 글로벌 기술·통상환경은 치열한 첨단기술 경쟁하에 기술선도국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만약 구조개혁에 보다 전향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조만간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인구고령화 등으로 위협받고 통화정책운용도 성장잠재력 저하·가계부채 누증 등으로 인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

버블 최정점에 있던 일본 턱 밑까지 증가한 한국의 민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민간부채는 과거 일본 버블기와 닮아 있어서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는 부동산가격 상승과 함께 누적되어 과거 일본 버블기 최고 수준에 근접하였으며. 제조업보다는 부동산업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민간부채는 2023년 207.4%로, 일본 버블기 최고 수준(1994년의 214.2%)에 바짝 다가섰다.

특히 민간부채 중 가계부채 비중이 2023년 기준 약 45%로 1994년 기준 일본의 32%에 비해 가계에 편중된 부채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업종에 대한 대출집중도는 23년 3.65인데 과거 일본 버블붕괴 직후 수준인 1992년 1.23을 크게 상회하는 반면, 제조업 대출 집중도는 2023년 0.94로 전산업 평균인 1을 하회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버블 붕괴 후 자산시장과 연계된 부채가 연쇄 부실화하면서 은행 위기로 이어졌고,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업이나 좀비기업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자원배분 왜곡이 발생한 경험이 있다. 한은은 “정밀한 거시건전성 규제 운용, 통화정책과의 공조 강화, 가계부채 관리 기조 견지, 신속·과감한 구조조정 등으로 부채 비율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보다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

저출산·고령화 양상도 한·일이 비슷하다. 일본은 공교롭게도 버블 붕괴 시기부터 출산율 저하와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 투입이 줄어 잠재성장률이 하락했고, 저성장 우려로 물가가 떨어졌다. 디지털 전환 지연으로 생산성 개선도 지연됐다.

일본이 만일 인구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2010년부터 인구가 줄지 않았다면 2010~2024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0.6%p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 총인구는 2020년을 각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일본보다 빠른 속도라고 한은은 평가했다.

이에 한은은 “유휴 인력의 생산 참여 확대, 혁신 지향적 교육 투자 강화 등으로 노동력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외국인 노동력을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출산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부가가치 위주로 산업구조 혁신하는 노력 절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산업구조 혁신도 주문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에도 기존 수직 계열화와 선진국 중심의 시장 전략을 지속해 한때 세계 1위를 넘보던 산업 경쟁력과 국내 생산 기반이 약화했다. 한은은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첨단산업 육성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고부가가치 서비스 수출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통화정책은 거들 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한은 보고서는 재정·통화정책에 주는 시사점도 별도로 짚었다.

일본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23년 240.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구 고령화로 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지출이 늘어나는 구조적 적자 탓이었다. 한은은 “우리나라 정부부채 비율은 2023년 50.7%로 비교적 건전한 수준”이라면서도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 위축 대응을 위한 적자 재정 이후에는 흑자 재정으로 재정 여력을 복원하는 관행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경기 대응 수단이지 경제 체질 개선 수단이 아니다”라며 “잠재성장률 제고는 구조 개혁을 통해 가능하고, 통화정책은 이를 보완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는 구조개혁과 혁신에 올인해야 

한은은 “요한 노르베리가 ‘피크 휴먼’에서 설파한 것처럼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라며 “일본의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우리 경제 수준에 비해 노후화한 경제 구조를 혁신·창조적으로 파괴해야 우리 경제가 다시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조목조목 지적한 것처럼 한국은 버블 붕괴 전후의 일본과 놀랄 정도로 닮았으며, 민간부채와 저출산·고령화, 산업구조, 재정·통화정책 등에 있어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건 민간부채, 저출산·고령화, 산업구조, 재정·통화정책 등이 모두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토건국가이자 부동산 공화국인 한국은 부동산이 사회경제적 자원을 블랙홀처럼 흡수 중이다. 과도한 부동산 가격이 가계부채를 폭증시키며, 이는 저출산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지대추구 부문이자 산업인 부동산이 비대한 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 같은 혁신은 기대하기 힘들다. 토건국가는 정부 재정도 콘크리트에 퍼붓게 유도하며 부동산 가격에 친화적인 저금리와 과잉유동성을 견인한다. 

이처럼 총체적이고 유기적인 관점을 지니고 민간부채, 저출산·고령화, 산업구조, 재정·통화정책 등에 접근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명심할 건 과감한 구조개혁과 혁신만이 살 길이라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썩은 살이 새살이 되는 법은 없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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