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소비, 사상 첫 동반 감소…고물가와 경기 부진이 만든 밥상의 경고음
줄어든 장바구니, 비는 식당 테이블
【뉴스리더】한국인 밥상이 가벼워지고 있다. 마트에서의 식자재 구매도, 식당에서의 외식도 줄어드는 ‘먹거리 소비 위축’ 현상이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은 외식이 줄면 집밥이 늘고, 반대로 집밥이 줄면 외식이 증가하는 보완관계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줄고 있는 이례적 상황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음식료품 소매판매지수와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3년부터 나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 있는 현상이다.
먹거리 소비, 왜 동시에 줄고 있나
2020년 코로나19 거리두기 당시 외식 소비는 16%나 급감했지만, 반대로 집밥 수요가 늘며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13년 만에 가장 큰 폭(4.6%)으로 늘어난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은 외식도, 집밥도 줄었다.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2022년부터 하락세로 전환해 3년 연속 줄고 있다. 처음엔 배달음식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이제는 배달을 포함한 외식 전반의 소비도 감소하고 있다. 음식점업 생산은 2023년 -0.7%, 2024년 -1.9%로 연속 하락 중이며,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대비 3.4% 감소,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고물가·경기부진이 만든 소비 절벽
먹거리 소비를 짓누르고 있는 주요 원인은 고물가다. 채소, 과일 등 농산물 물가는 이상기온과 기후불안으로 폭등했고, 여기에 고환율 영향이 반영된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이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을 밀어올렸다.
- 2024년 4월 가공식품 물가는 4.1% 상승 (16개월만에 최대폭)
- 외식 물가는 3.2% 상승 (13개월만에 최대폭)
정부 관계자는 “비슷하지만 더 싼 품목으로 소비를 대체하거나 아예 줄이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인한 생존형 소비 패턴 전환을 의미한다.
실제로, 국내 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건설업 생산은 최근 4분기 연속 역성장했고, 올해 1분기엔 -20.7%를 기록하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중산층의 여윳돈도 줄었다. 소득 상위 40~60% 계층의 가처분소득은 70만원 아래로 떨어지며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용 불안과 경기 위축이 저소득층의 식료품 소비까지 제한하고 있다”며 “필수재마저 줄이는 건 체감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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