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AI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권한이 급부상하면서 새 정부가 주도할 AI 정책들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위원회가 범부처 전략을 총괄하는 만큼 AI 정책을 둘러싼 관계 부처의 이해관계 충돌과 경쟁 심화 가능성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4일부터 28일까지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인공지능위를 부처 간 AI 정책의 조정·조율뿐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의 심의·의결권을 지닌 AI 컨트롤타워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에 따라 앞으로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 비전이나 중장기 전략, 개별 부처의 AI 사업 등이 위원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된다. 아울러 각 부처가 추진하는 AI 정책이 목표에 맞게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평가·조정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지난해 9월 AI 산업 육성을 위해 처음 출범했으나,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마비됐던 위원회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권한과 역할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국가 AI 정책의 ‘큰 그림’을 짜고 조율할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재편되면서, 새 정부가 내건 AI 정책들도 속속 시동을 걸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특히 기존에 과기정통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분산적으로 추진돼 정책 간 엇박자를 내던 부분이 해소되면서 AI 정책의 수립, 조정, 평가 과정이 힘있게 추진될 것이란 평가다. 기존에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등이 부처 간 AI 정책을 조율·조정하는 역할을 했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제한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새로운 AI 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일회성으로 조정을 담당하는 위원회가 소집됐다 사라졌다”며 “이제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상시 위원회가 생기면서 정책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고 했다. 
관건은 부처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주도권 다툼’을 어떻게 조율하느냐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에서 국가인공지능위가 AI 정책을 조율할 관계 부처는 기재부·교육부·과기정통부·외교부·산업부 등 기존 7개에서 중소벤처기업부·국방부·보건복지부·환경부·고용노동부 등 5개가 추가됐다. 기존에 포함됐던 방송통신위원회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제외됐다. 현재 AI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1조4600억원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산업부는 스마트팩토리, 자율로봇 등을 개발하는 피지컬 AI 사업을 끌어가고 있다. 이밖에 중기부는 중소기업 디지털화(DX)와 AI 스타트업 육성, 교육부는 AI 교육 콘텐츠 개발에 관한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이다. 전 부처에 걸쳐 AI 기술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부처 간 이해관계 충돌과 주도권 다툼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중기부의 경우 데이터와 기술 개발 자체보다는 바이오·뷰티·헬스케어 등 특정 산업 현장에 어떻게 AI 기술을 적용하고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역할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경우 피지컬 AI 사업의 일환으로 산업 현장에 기술 적용을 고민하는 산업부의 역할과 기능 측면에서 일부 충돌,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기부가 AI 주무 부처로서 인프라 구축, AI 파운데이션 개발, 전문 인력 양성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기존에 과기부 중심으로 흘러가던 AI 정책 흐름에 변화가 생기면서, 부처 간 갈등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확한 ‘교통정리’를 위해선 위원회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정책을 총괄하는 AI 수석비서관이 있는 상황에서 위원회가 부처 간 이견이 발생할 때 실질적인 조정 기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위원회가 형식상 조직에 그치지 않도록 상근 부위원장과 분과장 등에 중량감 있는 인사를 배치하는 등 기능과 역할이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최종 컨트롤타워 역할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 아시아경제 | https://www.asiae.co.kr/article/2025072907325825834
